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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명일 기자 블로그입니다. Myoung-il Kim, Newspaperman at Kyunghyang Daily, Seoul, South Korea. @terry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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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19:07 수첩/편집 책상에서

KHross 내맘대로 인터뷰
편집국에도 저물어가는 한 해 '냉주파티'
http://khross.khan.kr/143



  2011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밑. 낮으로 밤으로 검은 날에도 빨간 날에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기자들 사이로 바삐 돌아가는 이 편집국에도 어김없이 한 해의 끝은 찾아왔습니다. 한 해가 끝나는 12월 말일, 신문사 편집국에는 '냉주파티'라는 전통이 있습니다. 냉주(冷酒), 즉 차가운 술 한 잔을 나누어 마시며 편집국장 이하 모든 기자들이 편집국에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조촐한 자리를 갖는 것이죠. 청와대에서부터 시작해서 각종 공공기관, 단체, 회사 및 세상 모든 일이 돌아가는 현장을 두루 돌아다녀야 하는 기자들이 한반도가 좁아라 외근을 하다보면 정작 본사 편집국 내에서는 거의 마주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냉주파티는 그 동안 잘 못 본 얼굴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세밑에는 모두가 일을 빨리 마치고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 그래서 신문도 마감이 앞당겨집니다. 그만큼 근무가 좀 더 정신없어지기도 했는데, 이 정신없는 편집부 뒤에 벌써 오후 3시쯤부터 냉주파티를 위한 상이 차려지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모든 기자들이 조금 일찍 서둘러 5시30분에 모든 면이 전송되고, 편집국 냉주파티를 시작합니다. 우선 정동식 전무와 이대근 편집국장의 한 해를 마감하는 엄숙한 축사가 이어지네요. "한 해의 어려움을 견뎌준 모두를 위해 회사는 심기일전하겠다"는 전무 축사와 "내년에는 최고 신문을 달성하여 최후 승리를 한다"는 편집국장 축사가 이어집니다.

  냉주파티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단연 수습기자 공연입니다. 가을쯤 경향신문에 처음 들어온 수습기자들은 기자의 세계에 입문하면 일명 '사슴앓이'라 불리우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처음 사회부에 배속되어 하루종일 직속 선배기자인 '1진'의 지시에 따라 취재현장을 누비고, 새벽과 늦은 밤시간엔 배치된 라인의 경찰서와 병원, 소방서 등을 돌아다니며 각종 사건 사고와 기사거리를 챙겨 정해진 시간마다 보고를 하는 생활이 계속됩니다. 수습생활 3개월여, 당연히 할 말도 많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생기고 눈물도 많이 흘렸을 시기에 하게 되는 수습 공연. 그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가 웃음 속에 배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1진'이 가장 수습기자들을 '괴롭혔는지'를 편집국 전체에 폭로하며 집중 공략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경향의 미래를 짊어질 이번 해 수습기자들은 과연 무엇을 준비했을까요?


  고단한 수습생활을 정의하기 위해 '애정남'과 '애정녀'가 등장했습니다.

  "선배중에 가장 잘생긴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거 애매합니다~ 정말 애매합니다잉~ 일단 그 자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잘 생긴 겁니다잉~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잉~ 1진이랑 단 둘이만 있으면 그 일진이 제일 잘 생긴 겁니다잉~"

  이런이런~ 수습들에게 "여기서 누가 제일 잘생겼냐?" 물어보신 적 있나봐요.

  "1진이 전화를 안받습니다. 아침보고를 해야하는데..."
  "애매합니다잉~ 이럴때는 그냥 보고합니다잉~ 코고는 소리가 나도 신경 안씁니다잉~ 1진은 자는 사람이 아닙니다잉~ 그렇다고 나중에 사회부 회식에서 '선배가 자느라고 보고도 못받더라구요 ㅋㅋ' 이러면 안됩니다잉~"

  애정남/애정녀와 비상대책위원회에 빗대어 3개월 수습 생활 이야기를 이 자리에 풀어내는데 많은 정성을 기울인 수습기자 김여란씨는 "보편적으로 웃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사실 우리만 알고 우리만 웃길만한 내용은 많이 뺐다"라고 하는데요, 연말 냉주파티에 선보이는 수습 연극에는 바로 윗 선배인 1진기자들을 비롯해 바이스(경찰출입기자팀 부팀장), 캡(경찰출입기자팀장)을 넘어 사회부장과 편집국장에서 사장에 이르기까지 성역없는 패러디와 기용이 무제한 가능합니다. 평소에 못 했던 이야기들, 가슴에 담고 있는 말들이 코믹과 함께 어우러져 나오는 이런 연극으로 간접적 공감과 소통의 장이 열리기도 하죠.

  장기자랑의 끝에는 고단한 수습생활을 위로하는 포상금이 편집국장 이하 각 간부들에게서 전달됩니다. 포상금을 받아든 49기 간사 곽희양 기자의 얼굴에 고단한 '사슴앓이' 기간 중에도 모처럼 환한 웃음을 찾았습니다. 신입 기자들에게 연말은 이 포상금으로 실로 오랜만에 편안한 동기 송년회를 보내는 날이기도 합니다. 경향의 새 얼굴 49기들의 이야기는 다음에 한 번 제대로 들어보기로 해요~

 냉주파티와 함께 '전태일보도상' 시상식도 있었습니다. 전태일보도상은 경향신문의 전태일 열사와 당시 경향신문의 보도를 기념하며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에서 수여하는 상입니다. 올해 처음 시행되며 권기정, 김형규, 박은하 기자가 '희망버스' 보도로, 이영경 류인하 기자가 '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사망' 기사로 전태일보도상을 수상했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며 받은 상에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물어봤습니다.

  상패보다 상금이 더 좋은 포즈를 취해준 박은하 기자의 말을 한 번 들어볼까요?


  "희망버스를 좇아 부산까지 내려가서 봉래3거리에 있었는데, 그만 늦은 시간에 피곤해서 길거리에서 2시간이나 노숙을 해버린 거예요. 3시에서 5시까지 잠들어 있다가 너무나 추워서 깨어나서, 때마침 그때 시작된 기자회견도 취재했어요. 그래서 기사를 정리해 보고할때 '길거리에서 2시간을 잤더니 죽을 것 같았다'라고 쓴다는게 '2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상쾌했다'라고 그만 바뀌어버린 거예요. 이 기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기자 정신이 살아있다'라는 말씀을 하시고..."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노숙일 듯 합니다. 다음번에는 더 의미있는 노숙 부탁할게요~

  류인하 기자의 '경찰과의 한 판' 이야기도 한 번 들어봅니다.

  "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사망을 계기로 실제 사법처리가 되기로 한 건 전기계장 한 명 뿐이었어요. 그것도 과실로만. 그런데 담당 경찰이 '상상적 경합'과 같은 법률용어를 써가면서 말하는 거예요. 즉 인과 관계가 없으니 아무도 기소할 수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사람은 죽었는데 도대체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냐. 그러니까 계속 이런 저런 법률용어를 써가면서 이야기를 해대는데, 사실은 나도 법대를 나왔거든요. 그래서 나도 법률용어로 맞받아치면서, 그 자리에서 30분간 '법률용어 배틀'이 벌어져버린 거예요. 결국 그 경찰이 '법대 나오셨습니까?' 하고 묻더라구요."

  30분 법률용어 설전의 보람은 충분히 있었던 듯 합니다. 그러게 상대를 보고 싸움을 거셨어야지~~ 활약이 대단한 류인하 기자의 2012년도 기대합니다.

  한 해가 정말 정신없이,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지나간 것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이겠지요. 내년을 마감할 때에는 여기 편집국 안에도, 그리고 저 편집국 바깥 세상도 모두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김명일 기자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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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르페 디엠
2011/11/03 21:52 수첩/편집 책상에서

KHross 경향신문 사람들
[내맘대로 인터뷰] 경향신문 밴드 'K'를 만나다
http://khross.khan.kr/125


  1946년 경향신문 창사이래 지금까지 경향엔 없었던 것, 과연 무엇을까요?
  정답은 '밴드'입니다.
 
  이 당연하고도 당연하지 않은 사실을 자각한 어느 선각자가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내 게시판에 "밴드 같이 하시죠"라는 글을 올리며 이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전해집니다. 글을 보고 의기투합하여 "내가 하겠소"라며 회사건물 지하 맥주집에 모인 인원은 10여명. 술 한 잔씩 기울이며 밴드 역할 분배와 이름 및 선호곡과 공연계획 등이 난상토론으로 이루어지며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어갔는데요, 제대로 한 번 연습해보지도 못한 채 밴드의 씨앗을 뿌린 선각자는 회사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러나 창립자가 회사를 떠났다 하여 밴드가 멈출 수는 없는 일. 남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하고 고난을 넘어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1막 1장에 드디어 경향밴드가 탄생합니다.

경향 밴드 탄생을 알린 2011년 3월 28일자 경향노보


  하지만 초창기 멤버도 또 많이 바뀌고, 최후의 6명은 보이지 않는 각종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10월 6일 경향신문 65주년 창간기념일에 드디어 그 역사적인 데뷰를 합니다.

  데뷰공연 한 달 만에야 겨우 뒷풀이로 모였다는, 65년만에 탄생한 경향밴드의 뒷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세상을 향해 24시간 덤비고 있는 기자들과 언론인들이 모여서, 그 중에서도 끼를 최고로 발산하는 '밴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인터뷰를 꺼려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제 홍대 클럽에서까지 연주할 기회가 생기려고 하고, 인터뷰까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점점 판이 커지고 있어."

  판을 키운 김에 그럼 한 번 제대로 키워볼까요? 우선, 경향밴드의 그들을 만나봅니다.
꽃미남 리더. 기타에 김흥소 제작국 차장, 노조 부위원장입니다.
 

역시 기타를 맡고있는 엔터테인먼트부 강수진 기자

여린 외모와는 달리 파워 넘치는 드럼사운드를 선보이는 교열부 이지순 기자 

키보드의 마술사. 사회부 정유진 기자

셔터 누르는 순간 단 한 개의 손으로 카메라를 과감히 가려주시네요. 보컬 편집부 임소정 기자
  대학 밴드 출신의 실력파 디자인팀 윤여경 기자는 이날 뒷풀이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자, 이들이 무대에 서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한 번 볼까요?

데뷰 무대

기타 김흥소

기타 강수진

키보드 정유진, 보컬 임소정

드럼 이지순


밴드 이름이 'K' 인데요?

  "그거 가칭이야.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밴드명 K로 데뷰했지만, 정식 이름은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이날 술자리에서도 여러가지 안이 나왔는데요, 밴드 결성 공지를 하고 그 뜻을 위해 모여든 첫 술자리에선 정말 많은 밴드명이 나왔다고 합니다. 몇 가지를 한 번 공개해볼까요?

  정동밴드
  옥상출입금지
  상여금
  대회의실은 회의중

  평범한 생각을 넘어 삶의 파고와 연습실 부족 및 소음에 대한 민원이 두루두루 느껴지는 이름들입니다. 김흥소 리더는 "상여금이 제일 좋은 밴드명"이라고 하시는군요.

어떻게 밴드에 오게 된건가요

 
임소정 "난 땜빵으로 왔다가 정식 보컬이 되어버렸어"
  강수진 "나도 악기조달이나 해주고 지원이나 조금 하러 왔던건데"
  김흥소 "난 그냥 한 번 와봤던건데"
  김유진 "나도 그냥 땜빵하러 온건데"

  이런, 이건 완전히 땜빵밴드네요.
  하지만 밴드를 해볼 정도라면 뭔가 한가닥은 해봤을텐데요?

  윤여경 "대학 밴드에서 그래도 드럼은 좀 쳤었고..."
  이지순 "직장인 밴드에서는 활동해봤어요. 그런데 백업 드럼 하려고 왔다가..."
  정유진 "난 초등학교때 피아노 쳐본게 다인데..."
  강수진 "난 이것저것... 사실 난 악기협찬이 주업무였는데..."
  임소정 "나도 초등때 피아노. 노래패 활동도 해봤고, 학교밴드는 들어갔다 하루만에..."
  김흥소 "나는 그냥 개털경력인데" (리더가 그런 말씀을?)

  임소정 멤버는 대학 신입생 시절 2학기말에 밴드에 들어갔다 이미 인원도 차고 자리도 잡혀 백업5멤버 수준으로 배치돼 밴드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 과거도 털어놨습니다.

  K밴드가 어느정도 멤버별 자리를 잡아간다 생각했던 여름에 합류한 임소정 멤버가 처음 밴드 연습 상황을 봤을 때를 회상합니다.

  "한 음 정도의 차이가 나는 불협화음 상태에서 연주가 계속되고 있는거야. 이건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다..."

  결국 밴드 '절대음감'으로 불리우는 임소정 멤버가 코드 조율에 들어갔는데요, 여기에 대해 강수진 멤버는 "미래가 안 보인던 밴드를 드디어 존속시킬 희망을 보았다"라고 회고합니다.
사실 임소정 기자는 소속부서인 편집부 회식에서 노래방에 갔을때 마이크를 잡는 순간 부서원 전체가 노래를 감상하기위해 조용~해질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죠. 

  "항간에는 K가 '임소정 밴드'라는 말도 돌고 있는데요?"
  "난 절대 인정할 수 없어!!! 난 그냥 땜빵이라구!!!"
 
밴드를 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나요

 강수진 "사람 모으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김흥소 "맞아. 일단 모여야 연습을 하지."


  이  뒷풀이 와중에도 급히 업무관련 전화를 받고 "회사로 들어갈게요"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뜨는 정유진 기자입니다. 왜이리 모이기 힘들었는지 조금 이해가 가는데요. 언론계에는 "기자 10명 모으기가 양떼 100마리보다 어렵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렇게 바쁘고, 서로 야근일정과 스케쥴이 달라 비는 시간이 일치하기 어려운 사람들끼리 연습을 하려니 시간 맞추기도 보통 일은 아니었을텐데요.

  "리허설도 못하고, 한두 명씩 빈 채로 연습하다 공연때에 와서야 전 멤버가 한 자리에 모였어요."

  연예계와 가수들에 누구보다 정통한 강수진 멤버는 이 상황을 이렇게 말합니다.
  "K밴드 모으는게 가수들 모으는것보다 힘들었다니까..."

  무거운 악기들을 나르는 일도 컸다고 합니다. 자우림 매니저조차 일에서 가장 큰 고충이 '무거운 악기 드는 것'이라는 말을 했죠.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일은 연습이었는데요.

  "방음이 제대로 안되니까, 민폐를 끼치게 되는거야."
  "모 부장께서는 연습소리에 지쳤는지 '공연이 언제냐'라고 묻기도 했어요."
  아마도 고전음악에 가장 정통한 모 부장께서 밴드 연습소리를 듣는 일은 꽤 고역이었을 것이라는게 밴드에서도 중론입니다.
  "공연은 못봤지만 평소에 다 들었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었어요."
  멤버들에게 방음 잘 되는 연습공간이 꼭 필요해보입니다.
  강수진 멤버의 정리발언 "우린 남몰래 연습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빌보드를 넘나느는 대밴드들도 처음에는 창고에서 시작했고,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잡스와 워즈악도 차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며 첫 발을 내딛었는데, 경향 K밴드에도 장대한 미래가 있겠죠?

  "김흥소 우선 좀 모이자. 최소한 월2회는 연습을 해야하지 않겠어?"
  정유진 "맞아. 나 베이스 치면서 생겼던 손가락 군살이 다 없어져버렸어."

  네. 이 바람은 나름 이 바닥을 아는 사람에겐 '장대'합니다.

  엄숙한 분위기서 어색하게 열정을 발산한 데뷰공연도 잘 마쳤고, 당분간 멤버들의 실력 축적을 위한 휴식에 들어가 연습에 몰두하며, 일단 제의가 들어온 클럽공연은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밴드내 여론에 따라 당분간 보류하고, 김흥소 리더는 새로 입사한 수습기자중 쓸만한 재목을 스카우트하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데뷰공연 앞두고 연습하는 동안 간식으로 먹은 김밥이 질려 한동안 김밥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는 멤버들을 보니, 어쩐지 정말 밴드다운 모습이 보여지기도 하는데요.

  경향밴드 2번째 공연은 이제 회사 울타리를 넘어 더 많은 현장,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인터뷰를 한 저는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힘찬 첫 날갯짓을 마친 경향밴드, 많이 응원해주세요.

  이상 김명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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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르페 디엠
2011/08/07 18:45 수첩/수필 삶의편린

  아이폰이 생긴 이후로 편리해진 건 무작정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재미있어졌다는 것. 누군가를 기다릴 때에도, 잠깐 짬이 날 때에도,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기차를 타고 먼 거리를 가야 할 때에도 어김없이 아이폰을 꺼내 작은 화면이 가진 또다른 세상에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보면 목적지는 금세 내 앞에 다가온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보니 긴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 7명이 모두 스마트폰이나 PMP와 같은 전자기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고보니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나 자신이 항상 스마트폰부터 챙길 땐 몰랐는데, 배터리가 나가서 그냥 걷다보니 사람들이 얼마나 스마트폰에 눈을 붙이고 있는지가 보인다. IT강국의 뿌듯함이 아니라, 다소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다.

  긴 시간 지하철을 타고 가거나 고속버스와 기차를 타야 할 때에는 무료한 시간을 달랠 읽을거리들은 필수였다. 그래서 서울 지하철에는 "내일자 스포츠신문 있어요 오늘자 신문 있어요"를 외치며 신문을 파는 사람들이 있었고, 기차역과 지하철역 및 버스터미널 가판대에는 항상 신문과 주간지 등 간행물들이 가득했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한 번은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 오는 기차를 탔을 때 옆에 앉은 한 내 또래 여성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 여자분이 화장실에 간 사이 그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작가가 쓴 책이기도 하고, 또 다른 목적이 있기도 했으니까. 화장실에서 돌아온 여자분은 자기 책을 내가 읽고 있는 것에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난 "신간인데요, 아직 안읽어본 거라서 잠시 실례했어요. 시사쪽 책에도 관심이 있으신가봐요?"라며 말을 걸었고, 책과 책 저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런 저런 주제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울역까지 꽤 빨리 왔던 기억이 난다.

  그 때에는 어쩌다 읽을 수 있는 것을 아무것도 갖지 않고 탔지만, 난 기차를 탈 때에는 반드시 읽을 것을 챙기는 편이었다. 대체로 신문 한 부와 시사주간지 한 개만 있으면 목적지까지 문제없다. 가끔은 무궁화호 옆자리 사람이 주간지를 가리키며 "저도 읽어도 되요?"라고 물어오기도 했다.

  빨라진 IT기기만큼이나 KTX도 빨라졌고, 혼잡한 서울 지하철에선 종이 간행물들을 마음편히 읽을 개인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어쩐지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하고 있는 모습이 편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신기한 모습'으로 간혹 꼽는 장면이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또다른 세상을 만나는 듯 하지만 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때문에 눈 앞이 가려지는 '스마트폰에 눈 먼 자들의 도시'가 돼버린 것만 같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자니 눈이 피곤하고 시어지는 느낌이 자주 든다. 스마트폰은 물론 정보검색과 지도, 각종 생활편의서비스 등 문명의 이기이자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보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 어쩐지 얻는 것만큼 잃는 것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신문에 종사하는 사람답게, 앞으로는 시간을 보낼 때에도 스마트폰보다는 인쇄물로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이번에도 내 옆에 앉은 사람과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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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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