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은 시원하게 펼쳐져있다. 또한 설원을 지치며 겨울 공기와 온몸으로 부딪히는 짜릿함을 안다면 겨울은 더 이상 ‘이불 밖이 위험한’ 계절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경향스키보드동아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눈이 좋고, 사람이 좋고, 이 겨울을 이불 꽁꽁 동여매고 TV와 함께 보내거나 실내텐트에 갇히기보다는 설원을 가르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찌든 도시를 떠나 깜깜한 하늘 별빛을 바라볼 수 있는 밤을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이 뭉쳤다.


  “저는 보드를 탈줄 모르는데요”

  “걱정마세요”


  편집국·사업국·출판국·윤전국 등 각 부서에서 오로지 눈이 좋아 모인 사람들. 가족들도 함께 모여 대부대가 된 첫 출정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초대 총무가 건넨 말이다. 그렇게 도착한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서, 윤전국 청년들은 종일 스노보드 초심자들을 붙잡고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탈 줄 아는 사람은 탈 줄 아는대로 홀로 떠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탈 줄 모르는 사람은 학생시절도 아닌데 이제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멀게만 느꼈던 설원은 그렇게 다함께 다가가자 성큼 가까워졌다. 산에서 불어오는 추운 겨울 바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데 모여 열기가 더해졌고 그렇게 앞서고 뒷서고 배우고 이끌며 주간 라이딩 시간은 쉬는시간처럼 빨리 지나갔다.


  설원의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또다른 재미. 곤돌라에서 바라보는 설경은 이 겨울 설원을 찾는 또다른 이유다. 정상에서 즐기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주는 휴식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스키가 혹은 스노우보드가 정설된 눈을 힘껏 파헤치며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하늘과 하얀 땅과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눈앞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함께 내려가는 서로를 격려하며 눈밭을 지치다보면 어느새 지상이다. 이대로는 아쉬워 서둘러 곤돌라 줄에 합류한다.


  꽉 막히고 갇힌 듯한 일상에서 멀리 떨어온 길에서 맞이한 밤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부지런히 짐을 치우고 식자재를 다듬고 옷을 갈아입는 등 많은 인원이 분주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릴 아래 달아오르는 숯은 식사당번들에 “늦었다”며 채근하고, 고기와 야채를 올리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한 잔 술과 함께 저마다 마음속 묵혀둔 이야기들을 꺼내며 격렬하고도 편안했던 휴식 마지막 밤이 지나감을 느낀다. 그리고 또 한번 모두들 의기투합한다.


  “역시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를 잘했어”


  이렇게 2008~2009 시즌 첫 출정한 스키·보드동아리는 매 시즌 지루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설원을 느끼는 시간을 가지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안주하기보다 도전하고, 시간에 끌려가기보다는 시간을 잡고 달리는 역동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그래서 스키·보드동아리가 있는 한 겨울은 지루하지 않다. 이불 밖도 위험한 곳이 아니라 익사이팅한 곳이다.

  그리고 겨울을 지루하게 갇혀서만 보내기 싫어 동아리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걱정마세요, 이곳은 모두가 함께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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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르페디엠_

영화 <아이언맨3> 도입부 중 한 장면.


  아이언맨3 도입은 토니 스타크의 잔잔한 독백과 함께 시작한다.


 "나는 그날 밤 괴물을 만들었고, 내가 그렇게 한 줄도 몰랐다."


  타고난 천재성과 준수한 외모에, 세계 최고 무기 회사와 자산을 상속받은 배경까지 합쳐져 세상 그 어느 것도 부러울 것이 없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이 '잘 나기가만' 하는 토니 스타크. 그의 오만방자함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지 않는 무신경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열린 세계과학자회에서 많은 학자들은 토니 스타크와 인사하고 교분을 나누려 하나, 그는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배려하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후일 아프가니스탄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한 그를 구해주는 수술을 한 잉센 박사나, 잉센 박사가 소개하는 동양인 우 박사를 보면서도 그저 '높은 자의 특권'과도 같이 흘러가듯 인사하고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으며 무시한다.

  민간 싱크탱크인 'A.I.M' 멤버라는 킬리언은 가진 것도 없고 명망도 없으며 한쪽 다리를 저는 외모는 추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는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기쁘게 토니 스타크에게 다가오지만 토니는 그저 지금 함께있는 女과학자 한센과 오늘 밤을 함께 보낼 생각 뿐이다. 결국 귀찮은 파리를 쫓아내듯 토니는 킬리언에게 "옥상에서 기다리면 가겠다"고 말하고는, 곧 잊고 만다. 기억할 가치도 없었다는 듯.

  차디찬 옥상에서 토니 스타크를 기다린 킬리언은 홀로 새해맞이 불꽃을 보며 마음 속에서 분노가 일고, 한센 역시 다음날 아침 의미 없는 메모지 한 장만 남기고 사라진 토니의 빈 자리만을 봐야만 했다.


  킬리언은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돌아온다. 그 자신은 물론 추종자 모두를 '인간 병기'로 만들어버리는 잔악무도한 기술과 함께, 세계 평화를 깨뜨리고 세상을 파괴 현장으로 바꾸기 위해 폭주한다.

  아무리 그렇게 자신이 무너져가는 과정은 이해할 수 있다 쳐도, 킬리언이 저지른 테러와 파괴 및 살인은 이미 용서받기에는 지나치게 많이 나갔다. 그래서인지 결국 '정의의 사도' 아이언맨 군단에 끝내 진압되고 만다. 그것도 자신이 복수를 위해 망쳐놓은 '토니의 여자' 페퍼 포츠의 손에 최후 일격을 당하면서.


  그리고 토니 스타크는 깊은 후회를 하게 된다.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은 괴물 킬리언을 만들어낸 것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도 우리네 삶을 살면서, 의도하지도 않았고 알아차리지도 못했지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남에게 주고 있는가.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조차 모른다. 어떤 말들은 단 한 마디로도 충분히 살의(殺意)를 일으킬만큼 무서운데도 말이다.


  나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남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가. 토니 스타크가 끌고온 아이언맨 군단이 벌이는 화려한 전투에 감탄만 하지 말고, 토니 스타크가 그 전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어내지 않는다면 이 영화를 온전히 감상했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난 토니 스타크가 마음속 깊은 말들을 풀어낸다면, 브루스 배너 박사(헐크)처럼 졸지 않고 공감하며 잘 들을 자신이 있다. 그래도 이해심과 인내심은 브루스 배너 박사가 나보다 더 위인 듯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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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르페디엠_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에는 더욱 아름답운 산행길이겠지만, 4월의 끝자락을 붙잡은 지금도 늦게까지 산길을 수놓은 봄꽃들이 순례자를 반긴다.


  청계사에 오르는 길은 멀었다.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종점인 청계사 입구에 내려주며, 공영주차장 또한 정류장 근처다. 여기서부터는 약 30여분간 다소 가파르지도 완만하지도 않은 길을 따라 순례자의 마음을 되새기며 한걸음 한걸음 불국토를 향해 올라야 한다.

  산세가 나타나고 물이 흐르고 수풀이 양옆으로 우거진 길은 이 끝에 불국토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주듯 순례자를 안내하고 또 안내한다. 물론 그에 앞서 수없이 많이 들어선 카페와 음식점 및 주점을 지나쳐가야 한다. 관광객은 관광객대로, 등산객은 등산객대로, 순례자는 순례자대로 저마다에게 이 길은 다르게 다가오고 지나쳐가고 있으리라.


  마침내 사찰 입구에 다다르고 일주문을 지나면 저 위에 있는 본전인 극락보전까지는 긴 계단이 이어여있고, 그 끝에 서서 위를 바라보면 수없이 많은 계단과 함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극락으로 가는 길'을 연상케 한다. 4월 현재 모든 계단은 보수공사 중인데 거의 끝나간다. 이 날은 계단 옆 산길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대웅전에 해당하는 극락보전은 1900년에 지어졌으며 중앙에 아미타불과 함께 좌우에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시고 있다.


  먼저 극락보전에 올랐다. 이 곳까지 힘겹게 올라온 인사를 드리고, 마음에 평안이 깃들고 내 생각과 행동이 타인과 사회에 해를 입히는 악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빌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곳을 방문하여 얻어가는 심적인 정화에 따른 고마움을 표시하는 보시도 해야하고.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 가족들과, 젊은 연인 및 각양각색 방문객들이 경내를 거닐며 이야기하고 기념촬영과 사색을 즐긴다. 저마다 불상을 향한 경건한 합장을 잊지 않는다.

  이곳 극락보전 불상 중 관음보살상에 2000년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전해진다.


▲지장전은 나란히 배치된 3개 전각 중 가장 오른쪽에 서있다.


▲극락보전에서 왼쪽으로 가면 지장보살 입상이 있어, 사람들은 이곳에서도 명부에서 평안을 누리고 또한 먼저 떠난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빌며 합장하여 기도한다.


  나란히 횡대로 선 3개 전각 앞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극락보전과 지장전 및 지장보살 입상을 들러 예의를 갖춘다. 그리고 전각을 돌며 순례자의 걸음을 계속한다. 전각 뒷편 난간에는 수많은 작은 불상과 보살상들이 놓여있다. 유럽인으로 보이는 여행객 중 한 어린이는 이 작은 불상들이 가장 신기한 듯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 전각 주변 난간에 끝없이 늘어선 소형 불상


  청계사에서 무엇보다도 명물로 꼽히는 것은 와불이다. 이 대형 와불은 주먹만한 작은 돌들을 모아 만들어졌다. 와불 앞에는 정성을 드릴 수 있도록 커다란 공간을 만들어놓았고, 와불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길도 조성했다. 다만, 와불 앞으로 지나가서는 안 된다.


▲ 청계사를 널리 알린 조약돌 와불


▲와불을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고양이를 둘이나 만났다. (둘 다 찾으셨나요?)


  와불을 한바퀴 돌며 합장하고 내려오는 길,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이른바 '턱시도' 고양이를 만났다. 사찰 생활에서 자신에게 사람들이 별다른 위협행동을 하지 않은 듯, 여유롭고 유유자적하게 경내를 누빈다.


▲보물 11-7호 청계사 동종


▲자그마한 카페와 물품판매점이 있어 산사의 바람을 맞으며 휴식할 수 있는 야외 전각


  작지만 둘러보기가 쉽지만은 않은 경내를 모두 다닌 후, 작은 키오스크 카페가 있는 쉼터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더워지기 시작한 날씨에 이 높은 곳에 올라오느라 생긴 갈증을 달래느라 아이스커피를 줄서서 산다. 난 '오미자차'를 주문했다. 사찰 경내에서 시원한 오미자 향이 혀끝에 감도는데 산바람까지 불어오니 그 평안함과 마음에 밀려오는 휴식은 잠시 저 바깥에서 겪은 일들을 잊게 해줄 정도로 청량했다.

  아까 와불 근처에서 봤던 고양이가 이번에는 이 곳에 왔다. 사찰 경내가 모두 제집인양 편안히 돌아다닌다. 공양을 준비하는 식당에 들어갔다 쫓겨나오기도 수차례. 이 고양이는 청계사에서는 이미 식구로 맞이한 듯했다.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잠시 '산사의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데, 자연을 느끼며 정신을 쉴 수 있는 곳을 찾은 느낌은 좋았다. 그리고 사찰을 등지고 밖으로 나서자 수없이 많이 늘어선 영업장과 함께 정신없고 치열한 현실세계가 눈앞에 전속력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 청계사 가는 길


주소 경기도 의왕시 청계로 475

수도권전철 4호선 인덕원역에서 마을버스 10번과 10-1번이 청계산입구까지 운행한다. 청계산입구 정류장 옆에는 공영주차장도 있다. 이곳에서 청계사까지는 약 30분 정도 산책형 산행길이다.

청계사 일주문 근처까지 자동차로 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길이 좁아 교행도 어렵고 주차공간도 좁아 주말이나 휴일 등 혼잡할 때에는 차로 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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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르페디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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